US여자오픈 우승 이정은6, 느리지만 큰 걸음 ‘우보천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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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이정은(23, 대방건설)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정은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두고도 ‘이정은6’로 불리는 넌센스조차도 자신의 캐릭터로 삼아 버릴만큼 긍정적이던 그였다. 

LPGA 투어 중계진과의 인터뷰에서 눈물의 의미가 해석이 됐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우승 경험을 한 그 어떤 대회보다 느낌이 달랐다.

지금까지 골프를 해왔던 과정이 생각이 나 눈물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정은의 이름 뒤에 붙은 숫자 ‘6’(KLPGA에 등록 된 동명이인 이정은 중 6번째) 탓에 ‘핫식스’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이정은의 환경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효녀 골퍼’라고 부른다.

사고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누구보다도 극진히 보살피고 먼저 생각하는 그녀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선수보다 뛰어난 골퍼이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봉에 오르는 과정을 보면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 매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이정은이다.

인터뷰에서 말한 ‘골프를 해 왔던 과정’이 한 올 한 올 기억에 새겨질 정도다. 

이정은은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출신이다.

그런데 그해 이정은은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박성현과 고진영이 펄펄 날던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정은은 이 사실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우승 없는 신인왕 이정은입니다”는 말을 자주 되뇌며 각오를 다졌다.  

이정은의 진가는 투어 2년차에 발휘 됐다.

2017년 4승을 올린 이정은은 그해 다승왕, 상금왕에 이어 ‘대상’까지 6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8년 시즌에도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그였지만 그해 겨울 이정은은 LPGA 투어 Q스쿨 수석 통과라는 소식을 들려준다.

그 즈음 L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대부분 KLPGA 선수 신분으로 LPGA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LPGA 투어 시드 포인트를 쌓아 출전권을 확보했다. 한걸음 한걸음 더디게 나가지만 결코 물러서는 법은 없는 전형적인 소걸음 스타일이다.
 


 

LPGA에 진출한 올 시즌 성적도 마찬가지다. 투어가 중반에 접어들어서야 첫 우승 소식을 들려줬다.

LPGA 투어 데뷔전에서 우승한 고진영도 있지만 이정은의 행보에는 서두름이 없었다.

톱 10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상위권에 머무르다가 최근 대회인 5월 2일의 메디힐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2위까지 올라갔다.

남은 건 정상 뿐이다.  

마치 자연스러운 절차를 밟듯이 3일, ‘제74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약 65억 5,000만 원,

우승상금 100만 달러=약 11억 9,000만 원)’에서 우승했다.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온 만큼 그 결실은 컸다. 우승상금만 100만 달러에 달하는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과정은 달랐지만 이정은이 앞으로 걸어갈 길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한국 선수들의 면면들을 보면 예측이 된다.

박세리(1998년), 김주연(2005), 박인비(2008·2013), 지은희(2009), 유소연(2011), 최나연(2012), 전인지(2015),

박성현(2017) 이라는 이름들이 알려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날의 우승으로 한국 여자선수들의 5년 연속 LPGA투어 신인왕 등극이라는 진기록도 달성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 여자 골퍼들은 2015년 김세영을 시작으로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8년 고진영이 여자 골프 세계 무대 신인왕을 독차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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