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올림픽 金 목표… 올겨울 독하게 연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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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우승 금의환향 이정은
“3개월 지났지만 아직도 꿈같아, 키워주신 부모님께 작은 효도”
데뷔 첫해 세계랭킹 4위-상금 2위

 

 

 

6월 제74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정은이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국골프협회(USGA) 주최

해외 우승 트로피 투어 행사에서 자신의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당시의 감동은 여전했다. 우승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6월 3일 끝난 제74회 US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루키’ 이정은(23·대방건설)이

자신의 영어 이름 ‘JEONGEUN LEE6’가 새겨진 은빛 우승 트로피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대회를 주관한 미국골프협회(USGA)가 실시한 해외 우승 트로피 투어(Celebrating our Champion)의 일환이었다.

우승 트로피가 해외에서 공개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정은은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했는데

데뷔 첫해부터 모든 선수가 꿈꾸는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힘들게 골프를 했던 장면들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휠체어를 탄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 씨와 어머니 주은진 씨도 함께했다.

아버지 이 씨는 이정은이 네 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전세금 대출을 받아가며 딸을 어엿한 골프 선수로 키워냈다.

이정은은 “US오픈 우승으로 작은 효도를 한 것 같다. 내게도 부모님에게도 행복한 날들만 있길 바란다”고 했다.

US오픈 우승 후 이정은의 인생도 완전히 달라졌다.

주위의 관심을 거의 못 받다 요즘은 미국에서도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는 “골프장뿐 아니라 공항에서도 외국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며 웃었다.

올해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11번이나 톱10에 이름을 올린 그는 세계 랭킹 4위, 시즌 상금 랭킹 2위(188만5000달러)에 올라 있다.

신인왕 포인트에서도 압도적인 1위(1217점)로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했다.

그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한다. 함께 투어를 다니는 동갑내기 매니저(제니퍼 김)에게 발음 도움을 받는다.

신인왕 시상식에선 소감을 영어로 말할 것”이라고 했다.

데뷔 첫해부터 많은 걸 이룬 그에게는 또 다른 인생 목표가 생겼다. 2020 도쿄 올림픽이다.

“7월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인근에 있는 스위스 로잔을 들렀다가 그곳의 올림픽 박물관을 찾았다.

‘올림픽 메달을 따면 심장이 뛸 것 같다’는 목표가 생겼다. 올림픽을 향해 올겨울 독하게 연습하겠다.”

투어 생활이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지만 체력적으로는 힘들기도 하다는 이정은은 3주 정도 쉬다 이달 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가끔 한식을 먹지만 한국이랑은 다르잖아요. 정말 오랜만에 엄마가 해준 집밥을 먹으니 좀 살 것 같아요(웃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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