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천사’에서 ‘엄마 미소’로 돌아온 허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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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를 거쳐 성공적인 프로 데뷔와 투어 통산 3승.

선수로서는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허윤경은 아직 미련이 남았다고 말한다.
사실 올해 스물아홉을 맞은 그는 은퇴하기엔 아직 이르다.
한창 기량을 뽐내던 스물여섯, 3년간의 열애를 끝내고 결혼에 골인한 허윤경은

지난해 아들 (박)시환이를 출산하며 완벽한 엄마로서의 삶을 택했다.

골프선수로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날 것 같던 그를 투어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선수로서 마지막을 불태우기 위해 클럽을 다시 잡은 것.

특유의 밝은 성격과 근성에 더해 책임감과 부담감까지 중무장됐으니
‘맘 파워’의 무서움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덕분에 KLPGA 투어를 눈여겨볼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지난해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초보 엄마의 삶이 궁금하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다.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라는 이름이 정말 위대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아기를 키운다는 건 혼자였던 때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또 그만큼 책임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신 또 다른 가족이 생겨서 마냥 행복하다.

사실 골프하던 때보다 지금 삶의 행복도가 더 높다.

투어 생활과 육아, 어떤 게 더 힘든 것 같나.
아기를 키우는 게 훨씬 힘들다. 아마도 사회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모든 엄마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특히 나 같은 경우 투어를 뛰며 외부활동이 많았고 성격도 활달한 편이라 그런지 가만히 아기만 키우는 게 꽤나 힘들었다.

운동하는 것보다 몸도 무겁고 여기저기 더 쑤시더라. 

그럼 시간을 돌려 결혼 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

후회는 없다. 지금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단지 골프에 대한 미련이 좀 남아있었다.

이대로 골프를 그만두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가 될 것 같았다. 

남편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 시아버지가
골프장 오너로 알려졌는데.

스승인 김종필 프로의 소개로 만났다.

투어를 뛰는 선수들은 연애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갤러리로시합장에 자주 찾아오는 등 꼼꼼하게 잘 챙겨주는 게 좋았다.

은근히 다정하고 아주 바른 사람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시부모님도 나를 많이 아껴준다.

엄마는 프로 골퍼, 아빠는 골프장 경영.

필연적으로 아기가 골프를 접할 수밖에 없다.
남편도 운동을 좋아한다.

산악스키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유전적인 영향이 있어서인지 갓난아기지만 벌써부터 운동신경이 보인다.

하지만 골프 선수로 키울 생각은 없다.

지금은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줬으면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아프면 모두가 힘들다. 

복귀를 결정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다.
가족의 응원이 컸다.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는 말에 큰 힘을 얻었다.

부담도 되지만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걱정없다.


출산과 육아로 시즌 준비가 많이 부족하겠다.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려고 했는데 체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근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기와 멀리 떨어져야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서울과 태안을 오가며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체력 훈련, 태안 솔라고CC에 가면 샷과 퍼팅, 실전 연습에 집중한다

 

복귀와 함께 새로운 스폰서도 생겼다.

메인스폰서와 용품이 바뀌었다.

믿고 후원해준 스폰서 관계자분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특히 메인스폰서로 나서준 하나금융그룹과
김정태 회장님에게 감사드린다.

김정태 회장님의 경우 우리 결혼의 주례를 맡아주셔서 더욱 특별하다.

꼭 우승하라면서 아기도 많이 낳고 오랫동안 활동하는 선수가 되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목표도 남다르겠다.
물론 우승이다. 공백이 있었지만 재밌을 것 같다.

신인 때로 돌아간 마음이랄까. 설레면서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하다.

말 그대로 즐겁게 하면 될 것 같다.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를 잘하겠다.

새로운 클럽에 대한 감도 아주 좋다. 

 

결혼 이후 우승이 없다.

기량이 떨어졌다고 느끼진 않나.
그래서 조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욕심도 난다.

우승한다면 꽤 의미 있을 것이다.

사실 체력이 떨어진 건 맞다.

그런데 연습을 통해서 극복하고 있고, 조금씩 믿음과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막연하게 ‘잘 될까?’라는 물음표에서 점점 ‘잘 할 수 있어!’라는 느낌표로 바뀌고 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있고, 체력도 단숨에
올라오는 건 아니다.

현재 무릎은 문제없다.

체력 훈련의 경우 예전같이 운동하면 관절이 아플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관절을 쓰지 않고 근육만 사용하는 운동을 한다.

그렇게 하니까 힘이 더 생기는 것 같다. 

눈물이 많은 편인데 우승하면 울지 않을까.
그렇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이 가능할 것 같나.

현실적으로 육아와 투어를 병행하는 건 어렵다.
줄리 잉스터가 인터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비결로 믿어주는 가족을 꼽았다.

또 지나고 보니 정작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더라.

물론 당시에는 아기한테 미안했다고 했다(웃음).

체력 등 스스로 관리도 잘했다고 하는 걸 보면서 공감이 됐다.

나 역시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다. 

 

대표적인 엄마 골퍼인 박시현, 홍진주 등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위대한 도전이다.

전에는 ‘선수 생활보다 모성애가 중요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아기를 낳고 보니까 선배들이 대단한 결심을 했다고 느낀다.

또 우승도 하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나 역시 든든한 가족이 있고 좋은 연습 환경과 격려해주는 스폰서가 있다.

후회 없이 마지막을 빛내고 싶다. 

 

어떤 선수로, 또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
골프를 시작하고 국가대표가 되고, 프로로 데뷔해 우승도 했다.

또 결혼해서 아기도 낳고 다시 투어에도 복귀한다.

정말 선수로서 다양하게 다 해본 것 아닌가.

다른 선수보다는 의미가 남다르다.

엄마로서는 글쎄… 아기한테 세상을 볼 줄 아는 눈을 가르치고 싶다.

‘이것을 해야 바르다’라는 것보다 ‘그것을 바르게 보게끔 가르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게, 그런 눈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려 한다. 

 

아기를 더 낳을 생각인가. 마지막으로 복귀 소감은.
아들을 낳았으니 딸도 낳아야 하지 않을까.
3명까지 계획하고 있다.

 또 오랜만에 팬들에게 나서는 만큼 좋은 모습,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주겠다.

많은 응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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